명리학 사주란 무엇인가, 고전과 국가시험으로 본 학문의 기준
명리학 사주가 무엇인지, 점술과 어디서 갈리는지 궁금한 분을 위한 글입니다. 사주와 팔자의 뜻, 태어난 날 중심 해석을 연 서자평, 조선 음양과가 지정한 명과학 교재, 지금 보는 사주가 명리학의 방식인지 확인하는 기준을 차례로 담았습니다.

명리학 사주란 태어난 해, 달, 날, 시를 여덟 글자로 바꾸고 그 글자들의 관계로 타고난 흐름을 읽는 방법입니다.
같은 정보에서 늘 같은 글자가 나오고 판단의 근거를 고전과 규칙으로 밝힐 수 있다는 점에서 한 가지 일을 그때그때 묻는 점술과 갈립니다.

사주를 몇 번 보셨어도 명리학이라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흐릿하셨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그 흐릿한 부분을 고전과 옛 시험 과목으로 채워 보려고 썼습니다.
글쓴이는 음양관을 운영하는 명리학 연구자입니다. 2016년부터 명리학과 조선 음양관 제도를 공부했습니다.
다룰 내용은 이렇습니다.
사주, 팔자, 명리학의 뜻
오늘날 명리학의 출발점이 된 해석의 전환
조선 국가시험이 지정한 명과학 교재
지금 보는 사주가 명리학의 방식인지 확인하는 기준까지
용어보다 결과만 궁금하신 분께는 앞부분이 조금 딱딱할 수 있습니다.
노트 첫 장의 한 줄
2016년 공부 노트를 펴면 첫 장 맨 위에 한 줄이 있습니다.
오늘의 운세, 매일 누가 쓰는지 알아낼 것.
그 메모를 쓸 무렵의 저는 운세 문장을 어딘가에서 누군가 매일 새로 지어 쓴다고 믿었습니다.
사주, 팔자, 명리학의 뜻
사주(四柱)는 네 기둥이라는 뜻입니다. 태어난 해, 달, 날, 시를 각각 하나의 기둥으로 세웁니다.
팔자(八字)는 여덟 글자입니다. 기둥마다 위아래 두 글자가 있어 모두 여덟 글자가 됩니다.
명리학(命理學)은 이 여덟 글자의 관계로 타고난 운의 흐름을 읽는 학문입니다. 태어난 날의 첫 글자를 일간(日干)이라 부르는데 이 글자가 나 자신을 뜻하며 풀이의 중심에 섭니다.
바둑에 빗대면 여덟 글자는 판 위에 놓인 돌입니다. 명리학은 그 돌들의 관계를 읽는 정석의 체계에 가깝습니다.
정석(定石)은 오랜 대국을 거치며 다듬어진 수순을 책으로 정리해 둔 것입니다. 정석을 아는 사람끼리는 왜 그 자리에 돌을 놓았는지 서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바둑을 막 배운 사람도 정석 몇 개를 익히면 고수의 대국을 따라 읽기 시작합니다. 명리학의 용어 몇 개를 알아 두면 결과지를 읽는 눈이 달라지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태어난 해에서 태어난 날로, 서자평이 바꾼 것
오늘날 명리학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인물이 서자평(徐子平)입니다. 천 년쯤 전 중국 송나라 초 무렵의 사람이고 본명은 거이(居易)입니다.
서자평 이전에는 태어난 해를 중심에 두고 사주를 읽는 방식이 주류였습니다. 서자평은 태어난 날, 곧 일간을 중심에 두고 읽는 쪽으로 무게를 옮겼습니다.
이 방식이 지금 명리학의 큰 줄기가 되었습니다. 서자평의 이름을 따서 이 갈래를 자평명리라고도 부릅니다.
그 뒤 명나라와 청나라 무렵 『자평진전』, 『적천수』, 『궁통보감』 같은 책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이 셋을 명리학의 3대 고전으로 꼽습니다.
바둑의 정석이 세대를 건너며 책으로 쌓였듯 명리학의 수순도 이렇게 책으로 쌓여 왔습니다.
조선 음양과가 지정한 명과학 교재
조선은 명리학의 정석책 가운데 한 권을 국가시험에 올렸습니다.
음양과(陰陽科)는 1392년(태조 1) 잡과(기술직 관리를 뽑는 시험)의 하나로 정해졌습니다. 3년마다 열린 식년시와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연 증광시에서 치렀습니다. 생도 정원은 45명이었고 최종 합격은 한 번에 9명, 그중 명과학은 2명이었습니다.
운명과 길흉, 택일을 맡은 전공이 명과학(命課學)입니다. 명과학 시험에는 이런 책이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외워서 풀이한 책: 『원천강』
책을 펴 놓고 풀이한 책: 『서자평』, 『응천가』, 『범위수』, 『극택통서』, 『경국대전』
『원천강』은 책을 덮고도 내용을 풀어 말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나머지 책은 펴 놓고 풀었으니 외운 것과 펼쳐 본 것을 함께 시험한 셈입니다.
목록 가운데 『서자평』이 보입니다. 태어난 날 중심의 해석을 연 그 서자평의 이름을 단 책입니다. 조선의 시험장에 지금 명리학의 뿌리가 된 책이 놓여 있었던 셈입니다.
나라가 정석책을 정하고 그 정석을 익혔는지 시험으로 확인한 구조입니다. 합격자는 관상감에 권지(權知, 정식 임용 전에 실무를 익히던 견습 관원)로 들어가 일을 시작했습니다.

명학과 점학, 명과학 안의 두 갈래
명과학은 하나의 전공이었지만 안에서 하는 일의 성격은 달랐습니다.
실록을 바탕으로 한 사전은 명과학을 녹명(祿命), 복서(卜筮), 택일(擇日)로 나눕니다. 한 연구는 같은 구분을 명학, 점학, 택일로 부릅니다.
명학: 타고난 복록과 수명, 곧 평생의 흐름을 헤아림
점학: 특정한 한 가지 일이 잘될지 길흉을 물음
택일: 행사에 좋은 날과 시를 고름
명리학 사주는 이 가운데 명학의 줄기에 서 있습니다. 태어난 때라는 바뀌지 않는 재료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점학이 낮은 일이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같은 전공 안에서 묻는 질문에 따라 쓰는 도구를 달리했을 뿐입니다.
정석을 배우려면 먼저 내 판 위에 돌을 놓아 봐야 합니다.
명리학 사주의 첫 단계인 여덟 글자는 음양관 무료 만세력에서 바로 세워 볼 수 있습니다. 출생 연도의 표준시와 서머타임, 태어난 도시의 경도까지 반영한 시각으로 글자를 세우고 그 근거를 함께 보여 드립니다.
생년월일만 있으면 됩니다. 태어난 시간을 아시면 더 정밀해지고 모르셔도 볼 수 있습니다.
발표를 이틀 앞둔 가람
가람은 이 글을 위해 지어낸 가상의 대학생입니다.
가람은 교양 수업 조별 발표를 이틀 앞두고 있었습니다. 주제는 한국의 전통 지식이었고 가람은 사주를 맡았습니다.
자료 조사를 마친 가람은 발표 화면에 사주는 동양의 학문이라고 적었습니다.
조원 한 명이 화면을 보다가 물었습니다.
학문이라는 근거가 뭐야? 점이랑 뭐가 달라?
가람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설명은 많았지만 근거가 될 책 이름이나 제도를 짚어 둔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정석책을 한 번도 펴 보지 않고 바둑을 정석대로 둔다고 말한 셈이었습니다.
가람에게 필요했던 재료는 이 글 앞부분에 다 있습니다. 서자평이라는 이름, 조선 음양과의 교재 목록, 명과학 안의 명학과 점학이라는 구분입니다.
한 수씩 되짚어 보는 분께
바둑을 둔 뒤 한 수씩 되짚어 보는 일을 복기라고 합니다. 승패보다 왜 그렇게 두었는지가 궁금한 사람만 복기를 합니다.
용어와 옛 시험 과목을 여기까지 따라오신 분은 복기하는 쪽입니다. 그런 분께 쓸모 있을 기준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보는 사주가 명리학의 방식인지 확인하는 기준
출발점이 태어난 연월일시인가
묻는 날의 상황이나 뽑은 카드가 아닌, 태어난 때에서 출발하는지 보세요. 출생 시간을 모르면 날짜까지의 여섯 글자에서 출발해도 명리학의 방식입니다.
같은 정보로 늘 같은 여덟 글자가 나오는가
오늘 넣든 다음 달에 넣든 같은 여덟 글자가 나와야 합니다. 판 위의 돌이 볼 때마다 자리를 바꾼다면 정석을 따질 수 없습니다.
판단의 근거를 고전이나 규칙의 이름으로 밝히는가
어떤 고전, 어떤 규칙으로 풀었는지 적혀 있는지 보세요. 근거를 이름으로 밝혀야 다른 사람이 같은 책을 펴 놓고 따져 볼 수 있습니다.
셋을 모두 갖췄다면 명학의 줄기에 선 사주입니다. 가람이 발표 화면에 이 세 가지를 적었다면 조원의 질문에 한 줄로 답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미 받아 둔 결과지가 있다면 이 세 기준에 비춰 보세요. 아직 없다면 무료 만세력에서 첫 번째 기준부터 확인하시면 됩니다.
음양관이 따르는 정석
음양관이라는 이름에는 조선 명과학의 이런 습관을 잇겠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판단의 기준을 책과 규칙으로 밝혀 두는 습관입니다.
여덟 글자의 경계가 되는 절기 시각은 한국천문연구원 발표 값을 씁니다.
해석의 뼈대는 명리학 3대 고전 『자평진전』, 『적천수』, 『궁통보감』입니다.
신살처럼 뿌리가 다른 전통에서 온 항목은 어느 계보에서 왔는지 따로 밝힙니다.
정석을 공개하면 틀린 수도 바로 드러납니다. 그 부담을 지는 쪽을 택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명리학 사주와 그냥 사주는 다른 건가요?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명리학이라는 말을 붙이면 여덟 글자를 고전의 규칙으로 읽는다는 뜻이 분명해집니다. 태어난 해만 보는 풀이나 그날의 운을 뽑는 점과 구별할 때 이 말을 씁니다.
Q. 명리학은 과학인가요?
과학적으로 검증된 이론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여덟 글자를 세우는 단계는 절기 시각과 표준시를 다루는 시각 계산이라 누구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믿지 않는 분이라도 계산 부분은 직접 맞춰 보실 수 있습니다.
Q. 출생 시간을 모르는데 명리학 방식으로 봐도 되나요?
됩니다. 날짜까지만 넣어도 여섯 글자가 세워지고 일간도 그대로 정해집니다. 무료 만세력은 시간 모름으로도 글자와 판정을 보여 드립니다. 시간을 아시면 시의 기둥 하나가 더해집니다.
Q. 조선의 음양관은 지금의 역술인과 같은 사람이었나요?
성격이 다릅니다. 음양관은 관상감에 속한 나라의 기술 관료였습니다. 음양과에 합격해야 자리를 얻었고 성적에 따라 1등 종8품, 2등 정9품, 3등 종9품의 품계를 받았습니다. 신분은 중인에 속했고 정3품 당하관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Q. 3대 고전은 처음 읽기에 어떤 순서가 좋나요?
정해진 순서는 없습니다. 셋 다 한문 원전이라 처음에는 번역과 풀이가 붙은 책으로 시작하시는 편이 수월합니다. 음양관은 이 세 책을 해석의 뼈대로 삼고 있어서 결과지를 읽으며 개념을 먼저 익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정리
사주를 읽는 명리학은 태어난 때를 여덟 글자로 세우고 그 관계를 고전의 규칙으로 읽습니다. 천 년쯤 전 서자평이 태어난 날을 중심에 두면서 지금의 줄기가 생겼습니다. 조선은 그 책을 국가시험 교재로 지정해 정석을 익혔는지 확인했습니다.
이번에 다 풀지 못한 주제가 셋 있습니다.
일간 한 글자로 나를 읽는 기본 순서
조선 명과학 응시자가 외워야 했던 『원천강』은 어떤 책이었나
3대 고전이 같은 사주를 두고 다른 말을 할 때 읽는 법
다음 글부터 하나씩 꺼내 보겠습니다.
명리학의 방식으로 평생의 흐름을 보려면
정석을 아는 사람은 한 수마다 이유를 댈 수 있습니다. 사주도 판단마다 이유를 댈 수 있어야 학문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명리학 사주의 방식대로 평생의 흐름을 받아 보고 싶으시다면 음양관 백년사주를 권합니다. 타고난 여덟 글자에서 대운의 흐름까지 짚고 판단마다 근거가 된 글자를 밝혀 드립니다.
생년월일만 있으면 됩니다. 태어난 시간을 아시면 더 정밀해지고, 모르셔도 보실 수 있습니다.
판 위의 돌은 저마다 다르지만 정석책은 누구에게나 같은 쪽수로 펼쳐집니다.
참고 자료
음양과의 시작: 『태조실록』 1년 8월 2일
명과학 시험 과목과 시험 방식: sillokwiki '음양과' 항목,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음양과' 항목
생도 정원, 합격 인원, 권지 배속: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음양과' 항목
서자평과 태어난 날 중심 해석: sillokwiki '서자평' 항목
명과학의 갈래: sillokwiki '명과학' 항목, 이수동 「조선시대 잡과의 음양과 연구: 택일과목을 중심으로」(2012)
해석의 기준: 명리학 3대 고전 『자평진전』, 『적천수』, 『궁통보감』
조선 명과학의 교재 목록을 곁에 두고 음양관을 꾸리는 운영자가 썼습니다.



